[특파원 칼럼] 한국 스타트업, 더 뜨거워져야

입력 2023-09-25 17:50   수정 2023-09-26 00:10

‘미국 기업가정신이 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4일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는 뱁슨칼리지의 연례보고서인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를 인용해 미국의 성인 5명 중 1명(19%)이 사업체를 설립하는 과정에 있거나 지난 3년 반 동안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21개 고소득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민간 투자유치 노력 부족"
한국도 창업과 관련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GEM 보고서에선 8위에 이름을 올렸고, 스타트업 전문 연구 기관 ‘스타트업 게놈’이 올 6월 발간한 ‘더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GSER)’에선 서울이 세계 주요 도시 중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9~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선 세계 10위권이라는 한국의 위상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전시장에 마련된 한국관에 참가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20개에서 올해 15개로 줄었다. 올해 주최 측이 선정한 ‘테크크런치 배틀필드 200’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스타트업은 3곳뿐이었다. GEM과 GSER에서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멕시코, 프랑스, 잉글랜드 출신 스타트업 대표들은 200개 기업 중 상위 20개 그룹에 올라 심사위원들 앞에서 사업 설명을 하며 우승 경쟁을 했다.

이런 온도 차는 투자업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털(VC)의 한국 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해외 진출을 노리는 좋은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한국 내 투자처를 물색해왔다. 실제 투자를 집행한 스타트업은 지난 2년 동안 3곳에 그쳤다.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절실함의 부재’를 꼽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VC의 문을 두드려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절실함으로 무장해야
적지 않은 한국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마중물 삼는 것은 좋지만, 미국의 스타트업처럼 ‘VC 투자를 유치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안고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 기간에 만난 한국 스타트업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국내에서 정부 지원금 등에 의존해 연명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상환 의무가 없는 정부 지원금을 노리는 스타트업이 창업 생태계를 오염시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방의 한 스타트업 대표가 ‘친환경 동물사료를 만들겠다’며 정부 지원금 1억원을 받아 자신의 인건비로 처리한 뒤 포르쉐를 산 사례도 귀띔했다. 그 회사는 1~2년 뒤에 폐업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꿈꾸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이야기다.

매년 스타트업 육성에 정부 예산이 3조원 넘게 투입된다. 혈세가 눈먼 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정상적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 환수 및 처벌 규정 마련, 특허 출원만 해도 사업 성과로 인정해주는 현행 요건을 특허 등록 혹은 국제특허출원(PCT)으로 강화해야 ‘진짜 스타트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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